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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소도시로 떠났는가: 리모트 워킹 실험의 시작

by moodiny 2025. 5. 28.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서울 작은 원룸에서 하루 대부분을 노트북 앞에 앉아 보내는 전형적인 ‘도심 리모트 워커’였다. 출퇴근은 없지만, 어김없이 출근하는 건물 소음, 배달 앱 알림음, 그리고 창문 밖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소리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도시에서만 일할 수 있는 사람일까?”

왜 나는 소도시로 떠났는가: 리모트 워킹 실험의 시작
강원도 정선

리모트 워킹,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리모트 워킹을 처음 시작했을 땐 ‘장소의 자유’가 가장 큰 장점처럼 느껴졌다. 카페에서 일할 수도 있고, 여행지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환상.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의 날은 집이나 익숙한 동네 카페에서 일했고, 하루 종일 집에서 말 한마디 안 하고 보내는 날도 많았다.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장소의 자유"는 점점 의미를 잃어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삶의 공간과 일의 공간이 완전히 겹치는 피로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진짜 자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사무실이 없는 삶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바꿔보자는 욕망. 그렇게 내 머릿속에 '소도시', '시골', '자연', '고요함'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의 불안과 기대

사실 말이 쉽지, 도시를 벗어난다는 건 작은 결심이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 익숙한 인프라, 빠른 배달과 편리한 소비생활… 그 모든 걸 뒤로 하고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옮겨간다는 건,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실험 같았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바라는 건 더 편한 삶이 아니라 더 깊은 삶이라는 걸.

그래서 정했다.
우선 1~2개월, 단기적으로 살아보며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실험해 보기로.

 

첫 번째 선택지: 강원도 정선


서울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
강원도 정선군의 작은 읍내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았다. 주변에 편의점 하나, 조용한 국도 하나, 그리고 산밖에 없는 동네. 인터넷 속도도 다소 느렸고, 커피는 내려 마셔야 했지만, 이곳에는 '멈춤'이 있었다.

도착한 첫날 밤, 나는 창밖을 한참 바라봤다.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 밤길. 새소리만 들리는 적막.
서울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고요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놀랍게도, 리모트 워크의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중력은 더 좋아졌다.
매일 같은 카페에 가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의 소음에 휘둘릴 필요도 없었다. 대신 하루의 루틴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아침 산책 → 가벼운 스트레칭 → 업무 시작

점심은 마을 밥집 → 오후에는 책이나 글쓰기

해가 지면 일과 마무리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자 나는 깨달았다.
도시는 내게 에너지를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나도 모르게 소모되고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리모트 워킹, 그 다음을 실험하다


이제 정선에서의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곧 다음 도시로 떠날 예정이다.

이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공간을 바꾸니 내가 바뀌었다.
생각이 달라지고, 일의 속도가 달라지고, 삶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도시를 혐오하지 않는다. 다만, 도시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자극이 아니라 여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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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리모트 워킹 실험의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나는 여러 도시를 거치며, 그곳에서 일하고, 살아보고, 기록해나갈 예정이다.

누군가는 이런 선택이 두렵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이 실험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지금, 나처럼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잠깐이라도, 도시를 떠나 자신을 위한 공간에 머물러보라고.

아마 여러분도 놀랄 것이다.
그곳에서 ‘진짜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