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조용한 시골에서 일하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지만, 막상 지역을 선택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 역시 처음엔 막연하게 ‘공기 좋고 조용한 곳’ 정도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짐을 싸고 나서 보니, 리모트 워크를 위해선 단순한 자연환경 이상의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늘은 소도시·시골에서 리모트 워크에 적합한 지역 고르기에 대해 알려드릴 예정이다.
리모트 워크에 필요한 조건부터 점검하기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 인프라다. 웬만한 군 단위 이상에서는 광랜 설치가 가능하지만, 산간마을이나 외곽은 아직 LTE도 불안정한 곳이 있다. 영상 회의나 대용량 파일 업로드가 잦다면 업/다운로드 속도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실제 거주민 후기나 통신사 커버리지 맵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생활 편의시설의 거리와 밀도도 중요하다. 꼭 대형 마트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거리에 마트·편의점·병원·우체국 정도는 있어야 장기 체류에 불편이 없다. 자동차가 있다면 활동 반경이 넓어지긴 하지만, 무조건 차가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곳은 장기적으로 피로할 수 있다.
그리고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주거 환경이다. 전원주택은 낭만적이지만 관리와 난방, 벌레 문제 등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시골 원룸이나 소도시 아파트가 의외로 실용적일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 방식(기름 보일러, 도시가스, 심야 전기 등)에 따라 생활비 차이가 크게 난다.
생활의 균형, 일의 몰입: 나에게 맞는 분위기란?
지역을 고를 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지역 분위기'다.
단순히 자연환경이 좋다고 해서 나에게 꼭 맞는 곳은 아니다. 시골도 제각기 성격이 다르다. 어떤 마을은 활기차고 커뮤니티가 활발한 반면, 어떤 곳은 정적이고 외부인 유입이 적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인이 많이 모여 있는 강원도 양구나 전남 구례는 창작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반대로 조용히 혼자 지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인근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소규모 마을이 더 맞을 수 있다. 그리고 기후와 계절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여름에 습한 곳이 힘든 사람이라면 남부지방보다는 내륙 쪽이 낫고, 겨울 추위가 힘들다면 남해안이나 제주가 나을 수 있다. 계절별 날씨, 미세먼지 수준, 일조량 등을 확인해보자.
장기적으로 그 지역의 ‘사계절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에 몰입하는 환경이 필요한 사람은 카페, 도서관, 공유오피스 유무도 체크해야 한다. 지방에도 ‘로컬 코워킹 스페이스’가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이런 곳이 가까이 있으면 리모트 워크의 외로움을 줄이고 새로운 네트워킹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지역이 적합한가? 실제 후보지 비교
내가 처음 조사했던 지역은 강원도 홍천, 전북 정읍, 경북 영주, 전남 담양, 제주 조천이었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했고,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가에 따라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 홍천 (강원도): 서울 접근성이 좋고, 자연환경이 뛰어나며 휴양지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단점은 땅값과 집세가 비싼 편이고 겨울이 추운 것.
- 정읍 (전북): 물가가 저렴하고 조용하다. 도심은 작지만 필요한 시설은 다 있다. 시골 분위기를 누리면서도 불편함이 적은 도시형 거주지다.
- 영주 (경북): 정적인 분위기, 낮은 주거비, 강과 숲이 가까운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고르지 않은 지역도 있어 확인이 필요했다.
- 담양 (전남):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와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다. 슬로우 라이프를 꿈꾼다면 딱이지만, 광주 외에는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
- 조천 (제주): 제주 특유의 자연과 낙조, 한적한 마을 분위기가 일품이다. 하지만 렌터카 없이 생활이 어렵고, 주거비가 생각보다 비싸다.
이 외에도 충북 제천, 전북 무주, 경남 하동, 강원 평창 등도 추천 지역으로 많이 언급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해도 나에게 맞는지다.
내가 일에 집중하기 좋은가?
잠깐의 체험이 아니라 몇 달 혹은 그 이상 살 수 있겠는가?
나에게 맞는 지역을 찾기 위한 실전 팁
지역을 고르기 전에 내 생활 습관과 일 스타일을 먼저 점검해보자.
매일 카페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면, 소도시 중심지가 더 맞을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다면, 주택 위주의 지역을 고려해야 한다. 자차 없이 생활하고 싶다면, 대중교통이 어느 정도 갖춰진 읍내가 편리하다.
또한, 무턱대고 이사하기보다는 단기 체험을 먼저 추천한다. 한 달 살기 숙소를 예약해 잠시 살아보며, 나에게 이 지역이 어떤 감정을 주는지 체험하는 것이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실제 루틴을 적용해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아침 산책 후 커피 한 잔, 오전 업무, 점심 장보기, 오후 화상 회의, 저녁 독서나 취미 시간 같은 평범한 일상이 그곳에서 가능할지를 보자.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하자.
SNS, 블로그, 로컬 커뮤니티 앱(예: 당근마켓, 밴드 등)을 통해 미리 동네 분위기를 파악하고, 현지인의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시골이라고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이웃'을 반기고 도움을 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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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나 시골에서 리모트 워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조용한 곳으로 옮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 삶의 리듬과 환경을 '내가 선택한다'는 것에 가까운 변화다.
그 선택이 더 나은 하루를 만들 수 있도록, 충분히 고민하고, 작게 시도해보고, 나에게 맞는 속도로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