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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리모트 라이프 체험기 – 어디가 가장 만족스러웠나?

by moodiny 2025. 5. 29.

도시의 분주한 삶에 지쳐가던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나는 리모트로 일할 수 있었고, 인터넷만 된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소도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다. 무턱대고 이사하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일단 한 달씩 살아보며 어떤 곳이 나와 잘 맞는지 직접 느껴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가 가장 만족스러웠는지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세 가지

-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 자연과 가까운 조용한 분위기

- 일상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시설

 

강원도 정선 그리고 그 후 1년 동안 나는 세 곳에서 한 달씩 지내보았다.
전북 정읍, 강원도 평창, 경남 하동.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이 지역들은 모두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남겨주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곳은 의외로 소박했던 경남 하동이었다.

 

소도시 리모트 라이프 체험기 – 어디가 가장 만족스러웠나?
경상남도 하동

정읍, 평창, 하동: 세 곳의 다른 매력

전북 정읍 – 작지만 필요한 건 다 있는 도시
정읍은 내가 처음 체험한 소도시였다. 도시 중심에 숙소를 잡았고, 근처에는 도서관, 작은 카페, 공원이 가까이 있어 생활하기에 무척 편리했다. 전통시장이 커서 신선한 식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었고, 도시보다는 훨씬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중심지라 그런지 생각보다 교통량이 많았고, 밤에는 조용함보다는 적당한 소음이 함께했다.

 

강원도 평창 – 자연 속에서의 리셋
평창에서는 산 아래 위치한 펜션형 숙소에 머물렀다. 창문을 열면 바로 숲이 보였고, 이른 아침엔 고라니가 산책을 나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이런 조용함이 너무 좋았다. 일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지면 그냥 밖에 나가 몇 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환기됐다.
문제는 겨울이었다. 갑작스러운 눈, 느린 제설 작업, 고립감, 그리고 불안정한 인터넷이 일하는 데 있어 꽤 큰 불편이었다. 여름이나 가을엔 추천하고 싶지만, 겨울 리모트 워크로는 다소 까다로웠다.

 

경남 하동 – 일상과 자연의 균형
하동은 내게 가장 인상 깊은 곳이었다. 쌍계사 근처의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한적한 숙소에서 지냈고, 아침엔 차밭이 보이는 산책로를 걸었다. 도보 10분 거리엔 작은 마트와 로컬 식당이 있었고, 읍내까지는 자전거로 15분 거리였다.

하동의 가장 큰 장점은 ‘고요하지만 외롭지 않은 분위기’였다. 시골의 고즈넉함이 있지만, 주민들도 친절하고 외지인에게 적당히 관심을 가져준다. 오지보다는 적당히 문명의 혜택이 닿아 있는 ‘밸런스 좋은’ 시골이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인터넷 속도가 안정적이어서 화상 회의, 클라우드 작업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오후 업무를 마치고 산책하거나 차밭 언덕에 앉아 책을 읽는 순간들이 리모트 워크의 이상적인 하루처럼 느껴졌다.

 

지역이 삶에 끼친 변화

각 지역에서 한 달간 머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삶의 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정읍에서는 사람들과의 작은 인사와 마주침이 일상을 밝게 만들었고, 평창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 쉬는 법을 배웠다. 하동에서는 내가 진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어떤 모습인지 체험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변화는 '시간 감각’이다. 도시에서는 언제나 빨리, 더 효율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소도시에서는 조금 느리게 움직이더라도 하루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한 아침 산책, 여유 있는 점심, 오후의 깊은 몰입 같은 루틴이 내 몸에 맞는 옷처럼 자연스러워졌다. 리모트 워크를 위한 장소를 찾은 것 같았지만, 사실은 나에게 더 잘 맞는 삶의 리듬을 찾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맞는 ‘리듬’이 있는 곳

세 곳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결국 가장 만족스러웠던 곳은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었던 하동이었다. 정읍은 도시와 시골의 경계에서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고, 평창은 자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리셋’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하동은 일과 삶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공간이었다. 특히 리모트 워크를 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였다. 그런 회복이 가능한 공간이 하동이었다. 언제든 도시로 나갈 수 있지만, 그 전에 나 자신을 회복하고 싶을 때, 조용한 리듬 안에서 일상을 되돌아보고 싶을 때, 그럴 때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이런 소도시, 작은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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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리모트 라이프는 단지 풍경 좋은 곳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속도와 리듬을 찾는 여정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하동이 맞을 수는 없다. 어떤 이는 활기찬 정읍을, 어떤 이는 고요한 평창을 더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진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체험하며’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