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리모트 워크를 하던 시절, 하루는 늘 시간과 싸우는 전쟁 같았다.
출근 준비, 붐비는 지하철,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속에서 ‘일상’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소도시에서 리모트 워크를 시작하면서, 내 하루는 완전히 다른 리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소도시에서 보내는 리모트 워크 하루의 루틴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변화한 삶의 방식을 공유해보려 한다.
아침 7시, 눈 뜨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여유’
하루는 새소리와 햇살로 시작된다.
서울에선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떴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깨어나는 아침이 대부분이다.
창문을 열면 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산과 하늘, 그리고 이따금 들리는 개 짖는 소리.
이런 풍경은 이상하게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을 사라지게 만든다.
아침에는 20~30분 정도 마을을 걷는다. 시골길이든, 동네 작은 천변 산책로든,
사람 없는 풍경 속을 걷는 이 시간은 내게 하루 중 가장 고요하고 집중된 순간이다.
산책 후 간단한 아침을 먹고, 9시쯤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카페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대신, 집을 조금 더 ‘일하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두었다.
오전 9시~12시, 가장 깊은 집중의 시간
일은 주로 집 안에 마련한 작은 책상에서 한다.
큰 창문이 옆에 있어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고, 뒤에는 커피머신과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어가 있다.
사실 특별한 인테리어나 장비가 필요하진 않다.
중요한 건 외부의 방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도시에서는 일하다 보면 외부 소음, 택배 벨, 회의실 예약, 교통 소리 등으로 집중이 흐트러지기 일쑤였지만
여기서는 오전 3시간이 가장 생산성이 높은 시간이다.
회의가 없을 땐 글을 쓰거나 기획서를 정리하고, 개발을 할 땐 두 시간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끔은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바깥 바람을 쐬기도 하지만,
조용한 집이 주는 몰입감이 의외로 가장 좋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오후 1시, 점심과 낮잠, 그리고 '느린 시간'
점심은 대부분 집에서 간단하게 해결한다.
근처 로컬 식당도 있지만 자주 이용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산 재료로 직접 간단한 반찬을 만들거나, 어제 끓인 국을 데운다.
점심 후에는 가볍게 낮잠을 자거나, 잠깐 산책을 나간다.
이 시골의 오후는 그야말로 ‘느림’의 시간이다.
이따금 동네 아주머니들이 앞마당에서 나누는 이야기 소리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외에는 조용하다.
이 조용함 속에서 나는 노트를 펼쳐 개인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짧은 일기 같은 글을 쓰기도 한다.
생산성과 무관한 활동이지만, 오히려 이런 시간들이 삶의 질을 지탱해주는 느낌이다.
저녁 6시 이후,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다
도시에서 일하던 시절엔 퇴근 이후에도 노트북을 열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후 6시가 되면 노트북을 덮는다.
남은 하루는 일보다 삶을 위한 시간이다.
저녁은 조금 더 여유 있게 준비한다.
시장이나 로컬 마트를 들러 장을 보고,
유튜브 레시피를 따라 파스타를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그냥 계란 프라이 하나와 밥 한 공기로 간단히 때우기도 한다.
저녁 식사 후에는 집 앞 마당이나 베란다에 나가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TV 대신 책을 읽고, SNS 대신 일기를 쓴다.
하루가 ‘소모’되지 않았다는 감각은 나를 다시 다음 날로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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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에서의 리모트 워크는 단순히 ‘장소만 바뀐 일’이 아니다.
내가 일하는 방식, 쉬는 시간, 먹는 음식, 하루를 바라보는 감각까지 바꿔놓았다.
서울에서 ‘일에 맞춘 삶’을 살았다면, 여기서는 ‘삶에 맞춘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 루틴이 맞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루틴을 실험해보는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생각보다 우리는 더 단순하고, 조용하고, 자기다운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