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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복귀? 소도시 정착? 리모트 라이프 1년 후의 고민

by moodiny 2025. 6. 3.

처음 시골로 떠났을 땐 단순히 '잠시 살아보자'는 마음이었다. 복잡한 도시와는 잠시 떨어져서, 일도 하고 삶도 정리해보자는 목적. 그게 어느덧 1년이 흘렀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여기 남을까? 오늘은 리모트 워크 1년 차, 도심 복귀와 소도시 정착 사이에서 고민 중인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도심 복귀? 소도시 정착? 리모트 라이프 1년 후의 고민
도심 복귀? 소도시 정착? 리모트 라이프 1년 후의 고민

 

생활 만족도는 분명 높았다 – 그러나 완전한 이상향은 아니었다

소도시의 장점은 생각보다 뚜렷했다. 시간 여유가 생기고 자연 속에서 정서적 안정이 커졌으며 출퇴근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아침에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혼잡하지 않은 슈퍼에서 장을 보고, 시끄럽지 않은 동네에서 밤을 맞이하는 삶. 그 평온함은 도시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부재, 심심할 때 만날 사람 없는 고립감, 인터넷 주문 배송 지연과 제한된 상점, 병원, 은행, 행정처리의 느림. 그런 불편함은 '일시적 체험자'로선 괜찮지만, 장기 정착자로선 신중히 따져봐야 할 요소다.

생계와 커리어, 현실적인 균형 잡기

생활 만족도만으로 정착 여부를 결정하긴 어렵다. 먹고사는 문제, 커리어 성장, 기회의 밀도는 여전히 도시에 집중돼 있다. 1년 동안 리모트 워크로 충분히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자극이 적었다.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 업계 네트워크, 강연·행사 참석, 사이드 프로젝트 기회 등은 도심에서 훨씬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주어진다. 물론 기술직·콘텐츠 분야라면 어느 정도는 극복 가능하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아닌, 성장과 협업이 중요한 직군에 있는 사람일수록 고립된 환경이 중장기적으로 경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돈을 버는 구조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력 설계와 학습 환경까지 포함해서 판단해야 한다.

인간관계, 외로움, 커뮤니티 – 연결은 여전히 과제

소도시에서의 인간관계는 '깊이'보다 '느슨한 연결' 위주였다. 주변 이웃들과 정은 쌓였지만, 도시처럼 하루 만에 친구를 사귀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내가 원했던 건 ‘혼자 사는 자유’였지만, 막상 살아보니 그 자유가 너무 길어지면 고립으로 변하곤 했다. 오히려 도시에선 취향이 맞는 커뮤니티,직장 동료와의 루틴 대화,문화 공간에서의 간접적 연결감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관계망을 만들어줬다는 걸 나중에야 실감했다. 정착을 고민하는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사람이었다. 같이 늙어갈 친구, 일 얘기를 나눌 동료, 연애나 관계를 이어갈 기반..그 모든 게 도시엔 많고, 시골엔 희박했다.

정착과 복귀 사이, 선택을 위한 질문 리스트

1년을 보내고 나서도 여전히 답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아래의 질문들에 솔직하게 답하면서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조금은 명확해졌다. 나는 어디서 일할 때 가장 몰입할 수 있었는가? 관계의 밀도와 깊이에 내가 진짜 바라는 건 무엇인가? 나는 정적인 삶을 원하는가, 자극과 변화가 필요한가? 내가 꿈꾸는 커리어는 이 환경에서 가능한가? 어떤 도시/소도시가 타협점일 수 있을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게 영원한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

소도시에서 또 1년 더 살아볼 수도 있고,
도시로 돌아갔다가 다시 내려올 수도 있다.
지금 이 선택은 다음을 위한 실험일 뿐, 정착이든 복귀든 절대적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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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복귀와 소도시 정착 사이의 고민은
‘어디서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리모트 라이프는 확실히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하지만 자유만큼 책임도 늘었고,
모든 선택은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이제는 나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의 리듬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남이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그곳을 살아본 내가, 또 다른 나를 향해 조금씩 가까워질 뿐이다.